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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24. 11:59

저 오늘 보톡스 맞고 왔어요~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서 몸이 아파도 병원 가는 것이 꺼려진다고 하는데 성형외과는 여전히 고객들이 꾸준하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2년 6개월 전 일반 목 디스크 수술이 아닌 뼈가 신경을 눌러서 전신 마비가 올 수도 있다고 응급 상황까지 갔는데도 난 병원에 입원하면 찾아오는 지인들을 의식해서 눈썹 반영구 시술을 받고 입원 날짜를 바꾼 기억이 난다.  다행히 수술이 잘되어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화장품 스킨케어를 이것저것 좋다는 것으로 써보았지만 피부 생리 주기가 +-28일이고, 20~30대가 아니다 보니 탄력도 떨어지고 주름도 생기고 재생은 불가능하니 빠르면서 확실한 효과를 보기 위해 보톡스를 선택했다. 

보름 전부터 보톡스를 맞으러 가야지 하면서 코로나 19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카톡을 받고 내 마음은 분주해졌다.  이유는 오늘부터 5일간 초특가 할인 이벤트 내용이었다.  빨리 전화로 예약을 하고 오늘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성형외과 예약을 하려고 하니 예약이 꽉 찼다면서 오늘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급한 성격이라 갑자기 기분 다운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전화를 걸어 직원에게 잘 얘기를 하여서 오늘 2시 30분으로 예약을 하고 달려갔다.

 

 

따끔따끔 눈물까지... 아픈데 젊고 이뻐지기 위해 참고서 보톡스를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든든한 이 기분은 뭘까?  몇 개월은 주름 신경 안 써도 되니 작은 행복이라고 할까?  가격도 이벤트 진행으로 저렴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술도 만족한다는 것이다.
보톡스 종류는 국산과 수입산으로 나뉘는데 차이점은 국산이 저렴하고 유지 기간은 수입산이 오래간다고 한다.  그동안 국산과 수입산 번갈아 가며 시술받았었는데 유지 기간은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국산으로 하여 금액은 이벤트 가격으로 부가세 포함 8만 2천5백 원으로 이마, 미간, 콧등 3 부위를 하고 왔다.  개인의 차가 있겠지만 유지 기간은 4~ 6개월 정도라고 한다.  보톡스는 대략 3일 후부터 효과가 느껴지면서 10일~20일 사이가 가장 효과가 좋은 것 같다.(개인의 차이 있음)

보톡스를 시술하는 병원에서는 국산 제품보다 수입 제품이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동안 나의 경험으로는 유지 기간이 거의 같았다.  병원에서 상담 시 "국산과 수입 제품 중에서 어떤 제품으로 하시겠어요?"  하면서 "수입 제품은 유지 기간이 오래가기 때문에 많이 선호하세요"라고 얘기를 하면 사람 심리는 당연히 가격 대비 유지 기간을 생각하고 병원에서 추천하는 제품으로 "수입 제품으로 해주세요"라고 대답을 하게 된다.  (가격은  비싼데도.....)  하지만 난 앞으로 보톡스 시술은 계속 국산 제품으로 할 생각이다.  (수입 제품 보톡스가 유지 기간이 오래가는 정확한 데이터가 나올 때 까지는...)

 -보톡스(Botox)란?    신경과 근육 질환 및 주름 제거 등에 사용하는 미국 제약 회사 엘러간(Allergan Inc)의 근육 수축 주사제의 상표명. 보툴리늄 톡신(botulinum toxin)을 정제하여 만든다.  1990년대부터 눈가의 주름 제거 등의 미용 목적에도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보톡스는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한 부위에 주입하여 근육을 이완시켜 주름을 펴주는 시술이다.

 -보톡스 종류?    대표적인 수입 제품으로 미국의 엘러간, 독일의 제오민이 있으며 국산 제 품으로는 보툴렉스, 나보타, 이노톡스 가 있다.  그 외 많은 제품들이 있지만 성능과 효과는 비슷하다고 한다.

 

 

 - 시술 후 주의사항(부작용) :  일주일간은 금주, 금연 / 딱딱한 음식이나 질긴 음식 섭취는 주의 / 보톡스 시술 후 4시간 전까지는 눕지 않도록 / 시술 부위를 과도하게 문지르는 행동은 삼가 / 시술 당일 사우나, 찜질방을 피해야 함 / 멍이나 약간의 붓기 / 초기 1주 정도 뻐근한 통즈 / 가렵고 붓는 알레르기 반응 / 근육이 뭉치고 튀어나오는 증상 / 웃음 시 부자연스러움 / 

※ 참고로 *수입 보톡스나 국산 보톡스나 내성 차이점도 없고, 성능도 차이 없습니다.  미국에서도 국산 보톡스 많이 사용합니다.   *국산/수입 보톡스는 제조 공정이나 순도에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요 아무래도 순도 등이 수입 보톡스가  더 높겠지만 효과상의 차이는 크지 않답니다.  보톡스의 지속 기간은 개인차가 있지만 평균 6개월 정도로 비슷합니다.라고 많은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만족도 높은 보톡스가 있어서 정말 좋다.  예전엔 한 부위 별 15만 원~30만 원이었는데 요즘은 대중화되면서 엄청 저렴하니 혹시 주름으로 스트레스 받는 분께 추천해요~~??

※ 국산보톡스 메디톡신은 식약처에서 허가 취소 되었습니다
2020년 6월 18일 (내용 수정)

Posted by 천사보스
2020. 3. 19. 00:45

아낌없이 주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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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초기는 본인이 더 힘들다" 

사람의 습관은 치매도 이기는 것 같다.  어린 시절 현모양처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엄마는 집에서도 늘 화장을 하고 있었고 거울을 자주 보는 모습이 생각난다.  5남매를 키우면서 힘들 때가 많았을 텐데 찬송가와 가곡을 부르면서 집안 살림을 했었고 앉아서 쉬는 시간은 책과 신문 읽는 모습이 젊고 건강했을 때의 우리 엄마 모습이었다.  성악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노래를 매우 잘 불렀던 엄마는 젊은 시절 서울시 구 합창단 소프라노 단원이었고 교회에서도 성가대를 했었으며 엄마 나이 60 즈음 권사가 되었다.

 

 

엄마 권사 임명식 날

 

 

 우리 나이 때 부모님 또는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전쟁과 일제시대를 겪는 고통과 가난이란 배고픔도 많이 있었다.  요즘과 다르게 기본 3~5명 이상 자식들을 낳으면서 산후조리를 잘 못하다 보니 허리, 무릎 등 퇴행성으로 여기저기 쑤시고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몸의 질병으로 통증도 고통스러울 텐데 뇌까지 노화가 따르면서 중증 치매는 가족들이 힘들겠지만 경증 치매환자들은 본인들이 더 힘들 것 같다.  치매 초기 때 가장 많이 하는 말들은
"내가 왜 이러지 기억이 안 나"
"내가 그랬어?"
"내가 언제?"
"얘야 내가 이상해 생각이 전혀 안나"
때론 멍 때리는 눈빛도 많아지고
평소와 다르게 구두쇠가 되거나 낭비를 하거나..
치매 초기 증상에 관한 여러 매체를 접해 보았지만 내가 지금 치매 4등급 엄마와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되는 건 자존심도 있고 주변 사람들, 자식들, 누가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를 대부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과거와 현재가 엉키고 기억에서 지워지는 부분도 있지만 24시간 온종일 치매는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 행동 등을 보면서 엄마는 친절하게 웃으면서 인사말도 잘하고 겸손하게 대해준다.  그렇지만 때론 속상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도 예전의 모습처럼 아무 말 안 하는 엄마지만 난 알 수 있다.  아침ㆍ저녁 기도하면서 생각나는 일들을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면서 기도로 하나님께 마치 고자질하듯 어린아이처럼 "이러이러해서 속상해요"라는 기도를 듣게 된다.  그런 엄마를 보면 내 마음도 속상하고 엄마가 안쓰럽지만 하나님이 엄마를 토닥토닥해주시니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힘이 된다.

 

"엄마는 대상이다" 

재작년 교회에서 성경필사 해 놓은 노트가 있으면 제출하라고 하여 일산서구 모든 교회 중 우리가 다니는 교회에서 엄마가 대표로 제출하여 참가상과 상금 3만 원을 받았다.  비록 참가상이라 할지라도 성경책 읽기, 쓰기가 엄마의 믿음이고 치매를 겪고 있으면서도 예전의 평소 모습처럼 생활화되어 있다.  손떨림으로 삐뚤삐뚤 글씨체도 엉망이고 받침도 틀리지만 엄마의 정성과 믿음이 담긴 필사 노트를 동영상으로 찍어 보관은 되어 있지만 필사 노트가 분실되어 너무 속상했다.

 

 

2018년 일산지방회 성경필사 대회 참가상

 

 

매 걸린 엄마는 키도 작고 얼굴에 검버섯도 많고 머리는 백발이며 파킨슨병까지 겹쳐서 몸도 구부정하지만 이 세상 그 어떤 엄마보다도 훌륭하고 나에게는 자랑스러운 엄마다.  우리 엄마는 인생을 잘 살아온 것 같다.  엄마를 수년 전 알고 지내다 거리가 멀리 떨어지고 서로 노인이다 보니 왕래가 없어도 늘 안부전화와 엄마가 치매라는 사실을 같이 아파해주고 기도해준다.  중간에서 내가 통역사 역할을 해주지만 엄마는 기억에서 이미 지워진 사람들도 있기에 감정이 없을 때도 있는데 톡으로 사진도 보내주고 안부전화는 계속된다.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은 엄마가 평소 좋아하는 떡과 갈비탕을 포장하여 현관문에 걸어 두고 가는 경우도 종종 있고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엄마를 존중해주는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치매부모와 여행은 불효다" 

치매 초기 때는 집에서 가까운 파주시 펜션을 찾아 낮엔 땡볕에서 수영을 하고 물장구를 치며 밤에는 모기향을 피워 놓고 바비큐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었다.  엄마는 오래전부터 퇴행성 관절로 수영과 아쿠아를 배워 물속에서의 몸놀림은 익숙하다.  그날도 비록 몸동작은 느리지만 둥실둥실 헤엄치고 수영을 잘했다.  불과 1년 6개월 전인데 이제는 집에서 욕조에도 못 들어간다. 

 

 

2018년 8월 경기도 파주시 펜션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치매환자를 기억이 남아 있을 때 효도라고 생각하여 멀리 여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자식에게는 추억이 되지만 치매환자는 몸이 피곤하고 낯선 곳에 머물면 기억력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감기가 걸리면 생활 리듬이 깨지면서 독한 감기약으로 치매 증상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것을 경험했다.  치매환자에게는 멀리 떠나는 여행보다는 친절한 말 한마디와 사랑을 표현해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게 최고의 효도라고 생각한다.

 

"눈치 못 챈 치매 증상"

4년 전 이사 온 지금 살고 있는 집은 A존과 B존으로 나누어져 있고 중간에 상가가 있는 복잡한 구조의 주상복합이라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올 때 엄마는 헷갈려했다.  치매 초기 증상과 파킨슨병이 시작되었는데 알지 못했었다.  아파트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지낼 기회가 있어 가족들은 마치 여행 온 것처럼 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식탁에 앉아 머리에 비닐봉지를 쓰고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지우는 엄마 모습이 낯설었다.  엄마에게 '엄마는 머리에 그게 뭐야 왜 비닐을 쓰고 있어?'라고 말하자 엄마는 나에게 화를 내면서 '너는 왜 엄마가 하는 일에 간섭이냐'면서 화를 냈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웃픈 하룻밤

 

 

 어느 날 설빙에서 평소에 엄마가 좋아하는 인절미 팥빙수를 주문했다.  맛있게 먹던 엄마가 갑자기 금액을 물으면서 테이블 위에 있는 영수증을 보면서 '너는 이런 걸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시키냐'면서 안 먹겠다고 화를 내며 나를 난감하게 했던 엄마.  더운 여름 팬티를 3장이나 입고 있었던 엄마.  그땐 이미 치매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 일들을 생각하면 엄마에게 미안하다.

 

"cctv로 엄마를 늘 지켜야 한다"

파킨슨병으로 자주 넘어지는 엄마이기에 침대 위에 cctv를 설치하여 동작이 감지되면 방으로 달려간다.  엄마가 잠든 시간 거실에서 휴대폰 속에 엄마를 보면 자다 말고 거울 보고 또 자다 말고 거울을 본다.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습관적인 거울 보는 행동.  주야간보호센터를 갈 때도 거울을 단 하루도 놓고 간 적이 없고 수시로 거울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코를 골면서 깊은 수면 상태에서도 손거울을 들고 얼굴과 머리를 본다.  치매 증상으로 거울을 수시로 본다는 건 이해가 가는데 어떻게 자다 말고 거울을 볼까?  병원에서 엄마 주치의에게 물어보았지만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cctv 설치 (자면서도 거울 보는 거울공주)

 

 

오래전 기회가 있어서 몇 번 노인요양시설을 찾아가 치매어르신들에게 식사도 도와주고 대화도 하면서 봉사했던 일들이 기억난다.  젊어서부터 술을 좋아했던 할머니는 시설에서도 술을 달라고 소리 지를 때 사회복지사 및 요양보호사들이 식혜를 주면서 술이라고 하면 식혜를 마시고 취한다고 한다.  욕을 심하게 하는 할머니가 있었는데 그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욕을 잘했다고 한다.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할머니가 보였다.  젊어서 교사였고 평소 우리 엄마처럼 책을 많이 봤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지금의 우리 엄마도 치매이지만 평소 몸에 배어 있는 습관으로 언제나 책 읽는 모습과 거울 보는 모습은 보기 좋다.

사람들은 엄마에게 예쁜 치매라고 한다.  예쁜 치매에 걸린 엄마는 책을 읽는 순간이 행복하다고 한다.

 

 

Posted by 천사보스
2020. 3. 17. 14:49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른 아침부터 월남쌈 재료 준비

 

 

집밥은 진짜 맛없다

어려서부터 입맛이 까다롭고 편식이 심한 편이라 나를 키울 때 엄마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 엄마는 음심 솜씨가 별로여서 맛이 진짜 없었다.  가족들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집밥에 대한 기억은 "맛없다" 다.  오빠들 언니 동생 모두가 결혼해서 출가하고 난 부모님과 살면서 1주일에 한 끼 정도만 집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훌륭한 엄마

일반적인 엄마들은 자식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반찬을 만들어 준다고 들었고, TV 방송 드라마에서도 쉽게 보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한편으론 고마울 수도 있는데 1996년부터 약 2년 정도 일본으로 파견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수시로 서울 집으로 왔건만 엄마가 싸주는 건 마른 북어포가 전부였다.  북엇국을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북어포를 물에 잠깐 담그고 건져내어 참기름에 볶아서 물을 붓고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에 달걀을 풀어 넣으면 완성)...  난 그때 북엇국에 질려서 지금은 아무리 맛있는 북엇국이라 할지라도 싫다. 

그렇지만 음식 솜씨 없는 거 빼고 우리 엄마는 하나님을 믿는 독실한 기독교 인중 사랑도 많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엄마이다.  지금은 치매 걸린 거울공주로 살아가고 있지만... 

 

천국으로 떠난 아버지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은 밤 귀가로 요리, 청소, 빨래, 일반 가정생활에 대한 관심도 흥미도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11년 전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투병이 시작되면서 내 삶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세탁기 돌리는 방법을 배우고 청소를 하게 되었으며, 잘 다니던 아니 잘 나갈 때 난 회사를 그만두었고 아버지 병간호에 매달렸다.  내가 태어난 곳 한 번도 이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서울에서 40년을 넘게 살다가 큰오빠가 살고 있던 집 근처 분당으로 이사를 했다.  낮에는 내가 밤에는 엄마가...  다른 가족들은 간병인을 부르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생각이 달랐다.  늘 아버지 옆에서 평생 하나님을 피박 하던 아버지를 이 세상 떠나기 전 하나님을 영접하는 기적을 믿고 아버지에게 건강할 때 할 수 없었던 하나님 말씀을 전하며 진정 사랑하는 남편에게 천국이란 소망을 갖게 했다.  병원에서는 아버지를 포기한 상태로 집으로 모셔가기를 권유했고 1년이란 병원생활을 접고 집에서 1개월간 숨만 쉬다가 결국 투병 13개월 만에 아버지는 천국으로 가셨다.  나 역시 아버지가 투병 중일 때 평소 주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수십 년 하지 못한 값을 다 갚은 것 같다.

  

특별한 날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난 요리하는 건 재미가 없어 1~2년에 한 번 정도 하는 편인데 오늘이 그날이다.  막상 만들면 주변에서는 다 맛있다고 극찬을 한다.  어제부터 갑자기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골뱅이무침을 하려 했는데 주변 추천으로 월남쌈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어제 마트에서 재료들을 사다 놓았다.  처음 해보는 월남쌈 무엇부터 할지 막막함으로 시작하였는데 (오올~ 대박) 성공한 것 같다.  

 

 

(내가 만든 월남쌈과 골뱅이무침 완성)

 

(월남쌈 레시피)

파프리카를 빨강, 노랑, 초록과 오이를 채 썰고

달걀은 노른자 흰자를 구분하여 프라이를 한다.

무순과 파인애플을 준비하고

게맛살과 깻잎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버섯은 아무거나 볶으면 된다.

고기는 제외(할 줄 모름)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담그고 뺀 다음 각종 준비된 재료들을 말아서 놓는다

소스는 땅콩소스와 월남쌈 소스

이제 보이는 모든 준비가 50% 끝났다. 나머지 50%는 소스에 콕 찍어서 먹는 순간 내가 만든 정성 50%가 포함되어 100% 완성된 월남쌈을 먹는 것이다.

(골뱅이무침)

레시피를 적기엔 부끄럽다.  (짐작으로 완성)

 

고마움 표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엄마와 둘이 살면서 음식을 거의 사 먹는 것을 알고 동생 권유로 살림을 합쳐 일산으로 이사온지 4년이 되어 간다.  난 청소는 달인인데..  편식과 까다로운 입맛으로 늘 애쓰는 올케에게 정성으로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 월남쌈 50%와 고마움 50%로 완성된 정성된 요리를 사랑하는 올케에게 건넨다.  

 

 

Posted by 천사보스
2020. 3. 17. 10:11

아낌없이 주는 나무...

 

추억으로 간직한 보물들

 

보물상자...

서랍 정리를 하다가 그동안 보관해온 박스를 열어 보는 순간 살짝 가슴 뛰는 설렘과 약간의 우울모드로 지난 과거의 기억들이 막~ 몰려왔다.  오래된 카메라, 노트북, PDA, MP3, 캠코더, 휴대폰들과 충전기들...
몇 개의 휴대폰은 전원을 켜보니 마지막 통화했던 전화번호와 문자, 사진까지 남아있다.

 

삐삐...

학창 시절 이동통신 수단으로 삐삐라 불리던 무선호출기를 사용하면서 '진동과 함께 삐삐 삐삐' 울리면 공중전화 부스로 달려가 전화를 했고 늘 누군가에게 호출받기를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 불려 다니고 불러내고 공부보다는 놀러 다니기에 참 유용하게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허리에 삐삐와 차키를 차고 다니던 아저씨들이 그려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촌스러운데 그때는 과시하듯 차가 없는 사람들은 오토바이 키, 집 열쇠 등 모조리를 허리에 차고 다녔었다.

 

휴대폰...

그렇게 몇 년 후 흑백 휴대폰이 생기면서 친구들과 약속 잡고 놀러 다니기에 최고였다.  휴대폰이 처음 나올 때부터 새로 출시되는 휴대폰을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지나면 새로 구입하면서 주변 사람들은 내가 쓰던 휴대폰을 예약을 한다.  곧 새로운 휴대폰으로 바꿀 거를 알기에... 나 역시 과시하듯 누군가에게 주는 재미가 있었다.  몸집도 작고 힘도 없는데 흑백 PDA를 보는 순간 내 거가 되었다.  그러면서 욕심이 생겨 휴대폰 2개를 들고 다니며 잘 들리는 통화음에도 안테나를 뽑아 걸어 다니며 통화했던 철없던 어린 시절이 날 웃음 짓게 한다.

 

 

노트북...

어느 날 회사 동기인 강 부장이 소니에서 나온 미니 와이드 노트북을 들고 출근을 했다.  보는 순간 얼마나 갖고 싶었던지 퇴근 후 바로 같은 소니 노트북을 구입하고 다음날 들고 출근을 했다.  어려서부터 난시가 심해서 사이즈 작은 화면을 보려니 뿌옇고 잘 보이질 않아 퇴근 후 안경을 맞추었다.  회사에서 집에서 PC 사용이 익숙하고 눈에 잘 보이다 보니 그렇게 며칠 지나서 노트북은 출퇴근 시 액세서리가 되었다.  회사에서 행사를 하거나 워크숍을 가거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으면 사진 담당을 하고 있었기에 사비를 털어 캠코더와 캐논 카메라, 렌즈를 풀세트로 전문가용으로 구입해 월급과 보너스를 다 썼던 사치스러웠던 내가 이제는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으면서 휴대폰은 2년 약정으로 카메라는 휴대폰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은 셀카를 즐기면서...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추억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현재의 상황과 심리 상태에 따라서 추억이 될 수도 아픈 과거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여행을 하면서, 지난 시절의 과거는 오늘의 나의 일부이다.  오늘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일부분이 되는 것처럼...
성격 탓일까? 못하고 안 했던 옛 시절에 대한 후회는 없다.  후회를 하다 보면 현실을 불평하게 되고 불만으로 가득 차고 결국 감사를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부족했던 나였지만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난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행복...

아침부터 분주하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치매 걸린 엄마를 씻기고 화장시켜주고 옷을 입히고 주야간보호(노치원) 센터에 보냈다.  소파에 앉아 여유롭고 편안하게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

 

 

거실에서 바라본 창밖

 

 

 

Posted by 천사보스
2020. 2. 25. 19:39

주야간보호센터의 일상생활

 

어제 오전에 엄마가 다니는 센터(주야간보호센터) 원장님께 연락이 왔다.
원장님 : 안녕하세요 보호자님!
나 : 네에~ 안녕하세요 원장님!
원장님 : 보호자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놀라지 마시고요
나 : (순간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침착한 척)
네 말씀하세요 원장님. (불안했다)
원장님 : 오늘 오전에 알게 되었는데요 센터(주야간보호센터) 건물 3층에 신천지 모임방이 있었데요. 그래서 지난주 토요일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강제 폐쇄시키죠 방역팀 와서 소독을 했다고 해요

나 : 어머^ 정말요(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원장님 :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나 : 그랬군요! 별일은 없겠죠??...

원장님 : 그동안 출입구에서부터 손 소독을 하고 손 씻기, 열체크, 마스크 착용은 계속해 왔어요 

나 : 센터는 정신없으시겠어요  비상이네요

원장님 : 네! 요즘은 하루하루가 살얼음 걷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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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잠시 침묵하며 (어떡하지 당분간 센터를 보내지 말까.)  생각해보니 (신천지 모임방은 강제 폐쇄되었는데 평소처럼 센터 가도 되겠네) 생각을 접고 집 근처 약국을 돌아다니며 마스크 4개를 어렵게 구입했다.

 

엄마 첫 목욕시킨 날
엄마는 작년 4월 치매 4등급을 받았다.  노인정과 미용실, 사우나, 은행도 혼자 다녔지만.. 감기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졸린 상태로 집안에서 걷다가 넘어지면서 머리와 어깨를 다쳤다. 일산백병원으로 급하게 검사를 하였고 결과는 다행스럽게 타박상이었다.  하지만 그 후 엄마는 말과 표정이 어눌하고 눈빛도 흐려졌다. 무엇보다 기저귀를 차고 1주일을 보냈다. 걸음 때도 발을 끌고 다니고 몸도 앞으로 쏟아지듯 휘청거리면서 갑자기 생활이 엉커 버렸다. 기억력은 저하되고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어졌다. 엄마를 씻겨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났다.  나는 평소 대중사우나를 안 좋아한다. 초등학교까지 엄마와 갔을 뿐… 엄마는 물로 목욕을 시켰지만 나는 땀으로 목욕을 했다. 엄마가 미끄러질까 봐 긴장되고 그동안 혼자서 말도 안 되는 목욕방법을 들으면서 엉망으로 씻고 다닌 것을 생각을 하니 미안함도 생기고 마음도 아파서 눈물을 흘리며 목욕을 시켰다.

 

주야간보호센터

 

 

주변 사람들에게 치매 부모님을 모시면서 겪어 온 일들을 들으면서 주야간보호센터(일명:노치원)를 알게 되었다. 동생 부부와 여러 군데를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으면서 기가 막힌 센터를 운영하는 대표를 만났다. 치매어르신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교도소 같다고 해야 할지 TV 방송에서 보았던 불법 기도원이라 해야 할지...
그로 며칠 후 시설도 넓고 깨끗하며 무엇보다 A등급을 받은 곳이라 바로 서류를 작성하여 다음날 첫 출석을 엄마와 함께 하였다. 1시간을 지켜보다가 그곳 직원분들을 믿고 먼저 나왔다. 오후 5시쯤 엄마는 10년은 늙은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정원 60명이 다 채워진 시끌벅쩍한 공간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다시는 센터를 안 가겠다고 하면서 다음날 침대에서 하루를 보냈다.  엄마는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이며, 노래 18번은 가고파. 고스톱은 모르고, 노래방에서는 분위기 깨는 찬송가를 부른다. 술은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엄마이다.  고민을 하던 중 집 근처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보여서 들어가 보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맞을까.  첫 느낌이 따뜻했다.  원장님과 사회복지사, 간호 선생님, 요양보호사들의 환한 미소도 마음에 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넓은 공간, 깔끔한 인테리어, 다양한 운동기구들 보다 치매환자에게 더 중요하고 필요한 건 편안함과 따뜻한 사랑이란 것을. 수십 명의 치매어르신들과 함께 생활을 하다 보면 별별일들이 있을 텐데 센터에 가서 봐도 분위기가 친절하며 집까지 오전, 오후와 주시는 원장님 외 직원분들을 보면 늘 감사하다.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엄마가 다니는 센터를 추천한다.


착각

센터에 엄마와 짝꿍인 92세 할아버지가 계신다. 
마치 연애하는 두 사람 같다.  늘 손을 잡고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식사도 함께 하며 집에 돌아와서도 할아버지 얘기가 80프로다.  
어느 날 센터에서 돌아온 엄마의 표정이 그늘지고 불편해 보였다.

 

 

엄마 옆에는 늘 92세 할아버지가 보인다

 

나 : 엄마 오늘은 피곤해 보이네 센터에서 체조를 많이 한 거야?

 

오해

나 : 엄마 오늘은 센터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엄마 : 내가 무슨 재미로 다니니

나 : 센터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게 뭐였어?  한 가지만 얘기해 주

엄마 : 가만 보자 ~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가끔은 김치라고..)

나 : 생각이 안 나는구나?

엄마 : 오늘 할아버지가 #%@&*~

나 : 엄마 식사할 때 엄마 꺼 더 먹으라고 할아버지 주면 안 돼.  할아버지는 병이 있어서 많이 먹으면 빨리 죽는데 그러니까 절대 권하면 안 돼.  알겠지?

엄마 : 너는 내가 바본 줄 아니?  요즘은 안 준다

나 : 잘했어 약속 지키는구나(칭찬) 엄마 오늘은 무슨 공부했어?  미술공부? 만들기? 색칠하기? 아님 노래?

엄마 : 여자들이 와서 남자들 유혹하려고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고 와서 노래 부르다 갔는데 어휴 ~ㅉㅉ  

 

센터에서 작품 활동 중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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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노래 부르고 악기 소리로 굉장했는데 물건은 꺼내 놓지도 못하고 하나도 못 팔고 가더라고. 받도 안 주는 것 같던데 돈은 얼마나 받았는지... 하면서 걱정을 했다

나 : 웃음이 나온다. 몇 번은 그렇게 말하는 엄마에게 엄마가 오해를 했구나? 그 사람들은 물건을 팔러 온 게 아니고 어르신들 즐겁고 재미있게 해 주려고 온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신나게 놀며 되는 거야 알겠지?

엄마 : 넌 어쩜 그렇게 잘 아니 보지도 않고 (비고는 말투로 기분 상해한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정확한 사실을 알게 하기 위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가 아닌 엄마 말에 맞장구 쳐주면서 그 순간

나 : 엄마 '기준으로 아~ 그랬구나 엄마가 하나 사지 그랬어'라고 하면서 대화를 하니 엄마는 신이 나서 얘기들을 이어 간다. `아니라고 엄마는 도대체 왜 그래` 몇 번을 얘기했잖아 아우~ 답답해 지금 말하는 거 잘 기억해 다음에 딴소리하지 마 알겠지? 하면서 소리 질러 화를 냈던 나. 그럴 때면 엄마는 멍하니 아무 말 못 하고 작은 소리로 그래 하면서 기도로 하나님께 나를 고자질한다. 그러나 이제는 치매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칭찬해주고 비록 틀린 엄마 생각일지라도 인정해주고 맞장구 쳐준다.  마음 편하게 따뜻함을 주는 게 가장 엄마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임을 배워간다.

 

걱정
어느 날 잠을 못 이루고 계속 뒤척인다. 새벽 2시 엄마는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얘기를 꺼낸다
나 : 졸린데 왜 엄마
엄마 : 경아야 너한테 의논할 게 있어 우리 센터에 나이 어린애가 있는데 얼마 전 남편하고 이혼했어 그런데 임신 8개월쯤 되었는데 큰일이네 불쌍해서 잠이 안 와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나 : 며칠 전까지는 그 어린애가 남편 칭찬을 하루에 백번씩 한다고 벌써 한 달째 매일 그런다 했었다 (센터 간담회 참석했을 때 봤던 70세 할머니가 엄마가 말하는 어린애다) 엄마 그 어린애가 직접 말해준 거야?
엄마 : 그런 말을 해야 아니 보면 알지 배가 많이 나왔는데 이일을 어쩜 좋니?
나 : 이혼한 건 모르지만 지난번 보니까 원래 복부비만인 것 같던데.. 자세히 확인한 게 아니면 엄마 혼자 고민하지 말고 낼 센터 가면 원장님한테 조용히 물어봐 원장님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거야. 지금은 새벽 2시가 넘었어 엄마 잠 못 자면 아침에 눈밑 다크서클과 화장 들떠서 늙어 보여 그럼 할아버지가 엄마 보면서 놀랠 거야 오늘따라 못생겨 보인다고...

엄마 : 잠시 거울을 보더니 그래 네 말이 맞다. 10분 후 코를 골면서 잠이 들었다.

 

실망

어느 날 아침

엄마 : 오늘부터 센터 안 가야겠다
나 : 갑자기 무슨 말이야? 센터를 왜 안 가? 어디 아파?
엄마 : 센터 다녀도 월급을 한 번도 안 주는데 이제 안 갈래
평생직장생활을 안 해본 엄마는 센터에서 월급을 준다고 착각을 한다.
나 : 엄마 센터는 돈을 내고 다니는 거야. 하루 두 번 밥 주지, 간식 몇 번씩 챙겨주지, 어르신들 도와주지, 차로 모셔가고 모셔오고 놀아주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시간 만들어 주는데 내 말을 들어보니 어때?

마 : 아 ~ 그렇겠네. 난 왜 이렇게 월급을 안주나 걱정했는데 그러면 네가 센터에 뭐 좀 사다 줘라

나 : 응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말고 센터 가서 재미있게 놀아

엄마 : 너는 그런 말을 진작 해주지 이제 말해주니

 

매일매일 알 수 없는 치매 엄마의 기분은 예측할 수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엄마는 우울해 보이고 인상 쓸 때'사진 찍어 줄게 치~즈 해봐' 그러면 방금 전과 다르게 환하게 웃으면서 좋아한다.  칭찬해주면 더 잘하려는 게 느껴진다.  평소 좋아하는 찬양을 동생이 기타 치면서 불러주면 행복해한다.  화사한 옷을 사다 주면 좋아하고 어두운 컬러를 사다 주면 나보고 입으라고 한다.

 

고집
오늘 아침도 마스크 착용 문제로 엄마와 한바탕(살살) 하였다.
나 : 메이크 없을 다 하고 립스틱을 바르려는 순간 “엄마 잠깐 마스크를 착용하면 립스틱이 번져서 바르면 안 돼
엄마 : “안 바르면 얼굴에 생기가 없어 보여서 발라야지” 굳이 바르려고 한다.
엄마는 평소 고집이 센 편이다. 실랑이 끝에 마스크 안에 감춰진 입은 안 봐도 보였다. 튀어나와서...
치~즈 하면서 사진을 찍는 순간 마스크 카 푹 꺼지며 얼굴이 환해졌다. 단순한 엄마…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센터에서 만든 엄마 작품들

 

센터에서 만든 엄마 작품들.

 

 

 

 

▷ 치매 4등급 인지능력은 떨어지지만 머리는 아직도 좋다.  유머도 풍부하다.
내 삶에 웃음을 주는 그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엄마이다.

 

치매 국가책임제란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다.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 안심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치매환자에게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제도


 주야간보호센터란  
주야간보호센터는 치매, 뇌졸중 등의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심리, 정서, 신체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식사와 간식도 챙겨주고 모시고 가고, 모시고 오는 보호자들의 편의까지 봐주는 곳이다.

 

 

Posted by 천사보스
2020. 2. 23. 01:04

엄마는 늘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예배를 드렸는데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하고 여성스러우며 교양 있고 남들과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는 울 엄마~

 

 

「 아침, 저녁 기도하는 거울공주 」

 

 

그러나 수년 전 의심도 생기고 했던 말을 가끔씩 "내가 언제" 하는 엄마와 트러블도 생기고
그런 엄마에게 화도 내고 짜증도 부리면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치매에 관련하여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집 근처에 있는 보건소에서 상담을 받고 선생님께서 엄마에게 여러 가지 문진을 했다.
결과는 병원에 가서 치매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해서 병원을 찾아 치매 정밀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였다.
집으로 돌아와 엉엉 울면서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낸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언제나 엄마의 건강한 모습만 생각했는데, TV에서 봤던 그 어마어마한 장면들이 나에게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엄마가 불쌍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엄마는 작년부터 자주 넘어진다.
비록 가벼운 타박상이었지만 걱정이 되어 또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파킨슨이라고 한다.
치매와 파킨슨으로 보호자가 늘 옆에 있어야 한다
그때부터 달라지는 게 점점 많아졌다.
나도 엄마도…

엄마 침대 옆에 접이식 침대를 준비하여 같이 잠을 잔다. 엄마의 움직임을 늘 지켜봐야 하기에 안방에 cctv를 설치하였다
움직임이 보이면 방으로 달려가야 하기에 거실에 나와 있어도 휴대폰 속 엄마를 지켜본다.

1년 전까지도 성경필사도 하고 하루 3시간 이상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많이 줄였다.
작년(2019년) 성경책 2독을 하고 올해 또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현재 시편을 읽는 중이다
엄마는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믿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외삼촌과 사촌오빠들도 목사님이셨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과 성경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항상 기도손을 멈추지 않는 엄마와는 달리 나는 세상을 즐기며, 부모님의 골칫덩어리로 5남매 중 넷째 딸이다.
세상 즐기는 것도 바쁘고, 일도 바쁘다 보니 어느덧 50대 초반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미혼인 것이 엄마 곁에서 도울 수 있음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 거 울 공 주    일 상 생 활 <<<     

나이 : 36년생 (쥐띠)
이름 : 수니
거주지 : 경기도

 

 

「 눈썹과 립스틱은 셀프다」

 

 

07:00 알람 소리에 피곤함과 함께 일어나 거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07:20 엄마를 깨워 양치와 세수를 도와주고 화장(스킨케어+메이크업+헤어 구르프)을 해준다
속옷부터 겉옷은 매일 갈아 입히고 향수로 마무리를 해준다
혈압약과 치매약을 먹기 위해서 아침엔 간단한 과일 또는 떡을 드신다  
립스틱을 바르고 외투를 입으면 코디 끝.
화장대 앞에서 성경책을 잠시 읽고 기도를 마치면
08:45 센터(주야간보호센터)에서 선생님이 엄마를 모시로 오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엄마는 센터로 출발
13:00 ~ 15:00시쯤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했니?" 하면서
"성경말씀 읽고 기도해라 안녕~"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또 전화가 온다
"전화했니?"
18:00 ~ 18:30분쯤 센터 선생님께서 엄마를 모시고 오신다
주야간보호센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석을 하고 식사와 간식은 센터에서 하신다
옷을 갈아 입히고 클렌징을 한 후 양치와 세수를 한다
본격적인 성격 말씀 읽기(2시간 정도)가 시작되고 취침 약을 먹고 온 동네 기도를 하신다. (가족, 이웃, 사돈, 먼 친척까지)
당신을 위한 기도는 오직 하나 "예수님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21:00 ~ 22:00시 엄마 컨디션에 따라서 침대에 눕힌다. 엄마는 침대에 눕고 일어나기가 힘든 일중 하나이다. 베개 뒤엔 지갑과 통장을 감춰두고 매일 밤 자기 전 확인한다. 엄마의 기억은 지갑 속 돈의 금액이 매번 달라진다. 통장 내역도 달라 보이고…
베개 옆에는 손거울과 핸드폰, 리모컨, 티슈와 함께 잔다. 자면서도 거울은 1시간마다 보는 것 같다
TV 채널은 오직 CBS 방송만 시청한다.
그러다 코를 골면서 1시간 정도 잠들면 다시 일어난다. 아침 기상 전까지 4~5번 잦은 소변으로 화장실을 가야 해서 엄마도 나도 피곤하다.

일요일 아침은 분주하다.
교회를 가기 위해서 난 먼저 씻고 화장을 하고
엄마를 깨워 평소처럼 반복된 케어를 한다.
엄마와 동생 부부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온다.
1~2시간 낮잠으로 휴식을 취한 후 엄마는 또 성경 말씀을 읽는다.
저녁이 되면 일주일에 한 번 엄마는 집에서 식사를 하고 평소처럼 씻고 난 후 성경 읽고 기도를 하지만 차츰차츰 기도 시간은 줄어든다.
기억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또 일주일을 보냈다.
늘 반복된 생활은 약 10개월 정도 되었다.


엄마의 표정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의심도 생기고 걱정 근심도 많아진다. 긴장감이 없어서 인지 허리둘레는 굵어지고 손주들의 이름도 기억을 못 하며 자식들이 사는 곳도 헷갈려한다.
함께 살고 있는 동생 부부방, 내방, 거실 등 구경시켜 달라고 한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나를 원망한다.
하루하루 걷는 것도 엄마는 힘들다.
보행기에 몸을 지탱하여 걷지만 때론 보행기 사용법을 잊어버린다.
외할머니, 외삼촌은 20년 전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어느 날 센터에서 집으로 돌아와 엎드려 통곡을 한다. 그동안 왜 숨겼냐며 슬픔을 움켜쥐고 아파한다.

 

 

「실내용 노인보행기 」

 

 


오늘이 엄마에겐 가장 건강한 날이다.
엄마의 따뜻한 사랑은 늘 한결같다.
소녀 같은 맘씨도…

일생이 노화되어 뇌세포가 줄어들면서 기억도 함께 사라지는 치매.
우리는 치매환자를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런 엄마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Posted by 천사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