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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25 치매 노인 유치원의 웃픈일들...
2020. 2. 25. 19:39

주야간보호센터의 일상생활

 

어제 오전에 엄마가 다니는 센터(주야간보호센터) 원장님께 연락이 왔다.
원장님 : 안녕하세요 보호자님!
나 : 네에~ 안녕하세요 원장님!
원장님 : 보호자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놀라지 마시고요
나 : (순간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구나. 침착한 척)
네 말씀하세요 원장님. (불안했다)
원장님 : 오늘 오전에 알게 되었는데요 센터(주야간보호센터) 건물 3층에 신천지 모임방이 있었데요. 그래서 지난주 토요일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하여 강제 폐쇄시키죠 방역팀 와서 소독을 했다고 해요

나 : 어머^ 정말요(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원장님 :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은데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나 : 그랬군요! 별일은 없겠죠??...

원장님 : 그동안 출입구에서부터 손 소독을 하고 손 씻기, 열체크, 마스크 착용은 계속해 왔어요 

나 : 센터는 정신없으시겠어요  비상이네요

원장님 : 네! 요즘은 하루하루가 살얼음 걷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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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잠시 침묵하며 (어떡하지 당분간 센터를 보내지 말까.)  생각해보니 (신천지 모임방은 강제 폐쇄되었는데 평소처럼 센터 가도 되겠네) 생각을 접고 집 근처 약국을 돌아다니며 마스크 4개를 어렵게 구입했다.

 

엄마 첫 목욕시킨 날
엄마는 작년 4월 치매 4등급을 받았다.  노인정과 미용실, 사우나, 은행도 혼자 다녔지만.. 감기로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고 졸린 상태로 집안에서 걷다가 넘어지면서 머리와 어깨를 다쳤다. 일산백병원으로 급하게 검사를 하였고 결과는 다행스럽게 타박상이었다.  하지만 그 후 엄마는 말과 표정이 어눌하고 눈빛도 흐려졌다. 무엇보다 기저귀를 차고 1주일을 보냈다. 걸음 때도 발을 끌고 다니고 몸도 앞으로 쏟아지듯 휘청거리면서 갑자기 생활이 엉커 버렸다. 기억력은 저하되고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어졌다. 엄마를 씻겨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났다.  나는 평소 대중사우나를 안 좋아한다. 초등학교까지 엄마와 갔을 뿐… 엄마는 물로 목욕을 시켰지만 나는 땀으로 목욕을 했다. 엄마가 미끄러질까 봐 긴장되고 그동안 혼자서 말도 안 되는 목욕방법을 들으면서 엉망으로 씻고 다닌 것을 생각을 하니 미안함도 생기고 마음도 아파서 눈물을 흘리며 목욕을 시켰다.

 

주야간보호센터

 

 

주변 사람들에게 치매 부모님을 모시면서 겪어 온 일들을 들으면서 주야간보호센터(일명:노치원)를 알게 되었다. 동생 부부와 여러 군데를 찾아다니며 상담을 받으면서 기가 막힌 센터를 운영하는 대표를 만났다. 치매어르신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교도소 같다고 해야 할지 TV 방송에서 보았던 불법 기도원이라 해야 할지...
그로 며칠 후 시설도 넓고 깨끗하며 무엇보다 A등급을 받은 곳이라 바로 서류를 작성하여 다음날 첫 출석을 엄마와 함께 하였다. 1시간을 지켜보다가 그곳 직원분들을 믿고 먼저 나왔다. 오후 5시쯤 엄마는 10년은 늙은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정원 60명이 다 채워진 시끌벅쩍한 공간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다시는 센터를 안 가겠다고 하면서 다음날 침대에서 하루를 보냈다.  엄마는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이며, 노래 18번은 가고파. 고스톱은 모르고, 노래방에서는 분위기 깨는 찬송가를 부른다. 술은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엄마이다.  고민을 하던 중 집 근처 눈에 들어오는 간판이 보여서 들어가 보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맞을까.  첫 느낌이 따뜻했다.  원장님과 사회복지사, 간호 선생님, 요양보호사들의 환한 미소도 마음에 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넓은 공간, 깔끔한 인테리어, 다양한 운동기구들 보다 치매환자에게 더 중요하고 필요한 건 편안함과 따뜻한 사랑이란 것을. 수십 명의 치매어르신들과 함께 생활을 하다 보면 별별일들이 있을 텐데 센터에 가서 봐도 분위기가 친절하며 집까지 오전, 오후와 주시는 원장님 외 직원분들을 보면 늘 감사하다. 가끔은 주변 사람들에게 엄마가 다니는 센터를 추천한다.


착각

센터에 엄마와 짝꿍인 92세 할아버지가 계신다. 
마치 연애하는 두 사람 같다.  늘 손을 잡고 센터에서 시간을 보내고 식사도 함께 하며 집에 돌아와서도 할아버지 얘기가 80프로다.  
어느 날 센터에서 돌아온 엄마의 표정이 그늘지고 불편해 보였다.

 

 

엄마 옆에는 늘 92세 할아버지가 보인다

 

나 : 엄마 오늘은 피곤해 보이네 센터에서 체조를 많이 한 거야?

 

오해

나 : 엄마 오늘은 센터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엄마 : 내가 무슨 재미로 다니니

나 : 센터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게 뭐였어?  한 가지만 얘기해 주

엄마 : 가만 보자 ~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가끔은 김치라고..)

나 : 생각이 안 나는구나?

엄마 : 오늘 할아버지가 #%@&*~

나 : 엄마 식사할 때 엄마 꺼 더 먹으라고 할아버지 주면 안 돼.  할아버지는 병이 있어서 많이 먹으면 빨리 죽는데 그러니까 절대 권하면 안 돼.  알겠지?

엄마 : 너는 내가 바본 줄 아니?  요즘은 안 준다

나 : 잘했어 약속 지키는구나(칭찬) 엄마 오늘은 무슨 공부했어?  미술공부? 만들기? 색칠하기? 아님 노래?

엄마 : 여자들이 와서 남자들 유혹하려고 속이 훤히 비치는 옷을 입고 와서 노래 부르다 갔는데 어휴 ~ㅉㅉ  

 

센터에서 작품 활동 중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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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노래 부르고 악기 소리로 굉장했는데 물건은 꺼내 놓지도 못하고 하나도 못 팔고 가더라고. 받도 안 주는 것 같던데 돈은 얼마나 받았는지... 하면서 걱정을 했다

나 : 웃음이 나온다. 몇 번은 그렇게 말하는 엄마에게 엄마가 오해를 했구나? 그 사람들은 물건을 팔러 온 게 아니고 어르신들 즐겁고 재미있게 해 주려고 온 거야.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신나게 놀며 되는 거야 알겠지?

엄마 : 넌 어쩜 그렇게 잘 아니 보지도 않고 (비고는 말투로 기분 상해한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정확한 사실을 알게 하기 위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가 아닌 엄마 말에 맞장구 쳐주면서 그 순간

나 : 엄마 '기준으로 아~ 그랬구나 엄마가 하나 사지 그랬어'라고 하면서 대화를 하니 엄마는 신이 나서 얘기들을 이어 간다. `아니라고 엄마는 도대체 왜 그래` 몇 번을 얘기했잖아 아우~ 답답해 지금 말하는 거 잘 기억해 다음에 딴소리하지 마 알겠지? 하면서 소리 질러 화를 냈던 나. 그럴 때면 엄마는 멍하니 아무 말 못 하고 작은 소리로 그래 하면서 기도로 하나님께 나를 고자질한다. 그러나 이제는 치매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칭찬해주고 비록 틀린 엄마 생각일지라도 인정해주고 맞장구 쳐준다.  마음 편하게 따뜻함을 주는 게 가장 엄마를 기분 좋게 해주는 것임을 배워간다.

 

걱정
어느 날 잠을 못 이루고 계속 뒤척인다. 새벽 2시 엄마는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얘기를 꺼낸다
나 : 졸린데 왜 엄마
엄마 : 경아야 너한테 의논할 게 있어 우리 센터에 나이 어린애가 있는데 얼마 전 남편하고 이혼했어 그런데 임신 8개월쯤 되었는데 큰일이네 불쌍해서 잠이 안 와 어떡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나 : 며칠 전까지는 그 어린애가 남편 칭찬을 하루에 백번씩 한다고 벌써 한 달째 매일 그런다 했었다 (센터 간담회 참석했을 때 봤던 70세 할머니가 엄마가 말하는 어린애다) 엄마 그 어린애가 직접 말해준 거야?
엄마 : 그런 말을 해야 아니 보면 알지 배가 많이 나왔는데 이일을 어쩜 좋니?
나 : 이혼한 건 모르지만 지난번 보니까 원래 복부비만인 것 같던데.. 자세히 확인한 게 아니면 엄마 혼자 고민하지 말고 낼 센터 가면 원장님한테 조용히 물어봐 원장님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거야. 지금은 새벽 2시가 넘었어 엄마 잠 못 자면 아침에 눈밑 다크서클과 화장 들떠서 늙어 보여 그럼 할아버지가 엄마 보면서 놀랠 거야 오늘따라 못생겨 보인다고...

엄마 : 잠시 거울을 보더니 그래 네 말이 맞다. 10분 후 코를 골면서 잠이 들었다.

 

실망

어느 날 아침

엄마 : 오늘부터 센터 안 가야겠다
나 : 갑자기 무슨 말이야? 센터를 왜 안 가? 어디 아파?
엄마 : 센터 다녀도 월급을 한 번도 안 주는데 이제 안 갈래
평생직장생활을 안 해본 엄마는 센터에서 월급을 준다고 착각을 한다.
나 : 엄마 센터는 돈을 내고 다니는 거야. 하루 두 번 밥 주지, 간식 몇 번씩 챙겨주지, 어르신들 도와주지, 차로 모셔가고 모셔오고 놀아주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즐거운 시간 만들어 주는데 내 말을 들어보니 어때?

마 : 아 ~ 그렇겠네. 난 왜 이렇게 월급을 안주나 걱정했는데 그러면 네가 센터에 뭐 좀 사다 줘라

나 : 응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말고 센터 가서 재미있게 놀아

엄마 : 너는 그런 말을 진작 해주지 이제 말해주니

 

매일매일 알 수 없는 치매 엄마의 기분은 예측할 수 없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엄마는 우울해 보이고 인상 쓸 때'사진 찍어 줄게 치~즈 해봐' 그러면 방금 전과 다르게 환하게 웃으면서 좋아한다.  칭찬해주면 더 잘하려는 게 느껴진다.  평소 좋아하는 찬양을 동생이 기타 치면서 불러주면 행복해한다.  화사한 옷을 사다 주면 좋아하고 어두운 컬러를 사다 주면 나보고 입으라고 한다.

 

고집
오늘 아침도 마스크 착용 문제로 엄마와 한바탕(살살) 하였다.
나 : 메이크 없을 다 하고 립스틱을 바르려는 순간 “엄마 잠깐 마스크를 착용하면 립스틱이 번져서 바르면 안 돼
엄마 : “안 바르면 얼굴에 생기가 없어 보여서 발라야지” 굳이 바르려고 한다.
엄마는 평소 고집이 센 편이다. 실랑이 끝에 마스크 안에 감춰진 입은 안 봐도 보였다. 튀어나와서...
치~즈 하면서 사진을 찍는 순간 마스크 카 푹 꺼지며 얼굴이 환해졌다. 단순한 엄마…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센터에서 만든 엄마 작품들

 

센터에서 만든 엄마 작품들.

 

 

 

 

▷ 치매 4등급 인지능력은 떨어지지만 머리는 아직도 좋다.  유머도 풍부하다.
내 삶에 웃음을 주는 그가 바로 내가 사랑하는 엄마이다.

 

치매 국가책임제란 
치매 문제를 개별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돌봄 차원으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시행된다.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 안심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 치매환자에게 요양보호사를 파견하는 제도


 주야간보호센터란  
주야간보호센터는 치매, 뇌졸중 등의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심리, 정서, 신체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식사와 간식도 챙겨주고 모시고 가고, 모시고 오는 보호자들의 편의까지 봐주는 곳이다.

 

 

Posted by 천사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