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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17. 14:49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른 아침부터 월남쌈 재료 준비

 

 

집밥은 진짜 맛없다

어려서부터 입맛이 까다롭고 편식이 심한 편이라 나를 키울 때 엄마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우리 엄마는 음심 솜씨가 별로여서 맛이 진짜 없었다.  가족들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집밥에 대한 기억은 "맛없다" 다.  오빠들 언니 동생 모두가 결혼해서 출가하고 난 부모님과 살면서 1주일에 한 끼 정도만 집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훌륭한 엄마

일반적인 엄마들은 자식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반찬을 만들어 준다고 들었고, TV 방송 드라마에서도 쉽게 보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한편으론 고마울 수도 있는데 1996년부터 약 2년 정도 일본으로 파견 근무를 하고 있을 때 수시로 서울 집으로 왔건만 엄마가 싸주는 건 마른 북어포가 전부였다.  북엇국을 끓이는 방법을 알려주면서(북어포를 물에 잠깐 담그고 건져내어 참기름에 볶아서 물을 붓고 소금으로 간을 한 다음에 달걀을 풀어 넣으면 완성)...  난 그때 북엇국에 질려서 지금은 아무리 맛있는 북엇국이라 할지라도 싫다. 

그렇지만 음식 솜씨 없는 거 빼고 우리 엄마는 하나님을 믿는 독실한 기독교 인중 사랑도 많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엄마이다.  지금은 치매 걸린 거울공주로 살아가고 있지만... 

 

천국으로 떠난 아버지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은 밤 귀가로 요리, 청소, 빨래, 일반 가정생활에 대한 관심도 흥미도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11년 전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투병이 시작되면서 내 삶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세탁기 돌리는 방법을 배우고 청소를 하게 되었으며, 잘 다니던 아니 잘 나갈 때 난 회사를 그만두었고 아버지 병간호에 매달렸다.  내가 태어난 곳 한 번도 이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서울에서 40년을 넘게 살다가 큰오빠가 살고 있던 집 근처 분당으로 이사를 했다.  낮에는 내가 밤에는 엄마가...  다른 가족들은 간병인을 부르라고 말하지만 엄마는 생각이 달랐다.  늘 아버지 옆에서 평생 하나님을 피박 하던 아버지를 이 세상 떠나기 전 하나님을 영접하는 기적을 믿고 아버지에게 건강할 때 할 수 없었던 하나님 말씀을 전하며 진정 사랑하는 남편에게 천국이란 소망을 갖게 했다.  병원에서는 아버지를 포기한 상태로 집으로 모셔가기를 권유했고 1년이란 병원생활을 접고 집에서 1개월간 숨만 쉬다가 결국 투병 13개월 만에 아버지는 천국으로 가셨다.  나 역시 아버지가 투병 중일 때 평소 주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수십 년 하지 못한 값을 다 갚은 것 같다.

  

특별한 날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난 요리하는 건 재미가 없어 1~2년에 한 번 정도 하는 편인데 오늘이 그날이다.  막상 만들면 주변에서는 다 맛있다고 극찬을 한다.  어제부터 갑자기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골뱅이무침을 하려 했는데 주변 추천으로 월남쌈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어제 마트에서 재료들을 사다 놓았다.  처음 해보는 월남쌈 무엇부터 할지 막막함으로 시작하였는데 (오올~ 대박) 성공한 것 같다.  

 

 

(내가 만든 월남쌈과 골뱅이무침 완성)

 

(월남쌈 레시피)

파프리카를 빨강, 노랑, 초록과 오이를 채 썰고

달걀은 노른자 흰자를 구분하여 프라이를 한다.

무순과 파인애플을 준비하고

게맛살과 깻잎을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버섯은 아무거나 볶으면 된다.

고기는 제외(할 줄 모름)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담그고 뺀 다음 각종 준비된 재료들을 말아서 놓는다

소스는 땅콩소스와 월남쌈 소스

이제 보이는 모든 준비가 50% 끝났다. 나머지 50%는 소스에 콕 찍어서 먹는 순간 내가 만든 정성 50%가 포함되어 100% 완성된 월남쌈을 먹는 것이다.

(골뱅이무침)

레시피를 적기엔 부끄럽다.  (짐작으로 완성)

 

고마움 표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엄마와 둘이 살면서 음식을 거의 사 먹는 것을 알고 동생 권유로 살림을 합쳐 일산으로 이사온지 4년이 되어 간다.  난 청소는 달인인데..  편식과 까다로운 입맛으로 늘 애쓰는 올케에게 정성으로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 월남쌈 50%와 고마움 50%로 완성된 정성된 요리를 사랑하는 올케에게 건넨다.  

 

 

Posted by 천사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