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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2.23 치매걸린 거울공주
2020. 2. 23. 01:04

엄마는 늘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예배를 드렸는데 자연스럽게 없어졌다.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하고 여성스러우며 교양 있고 남들과 싸우는 걸 본 적이 없는 울 엄마~

 

 

「 아침, 저녁 기도하는 거울공주 」

 

 

그러나 수년 전 의심도 생기고 했던 말을 가끔씩 "내가 언제" 하는 엄마와 트러블도 생기고
그런 엄마에게 화도 내고 짜증도 부리면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치매에 관련하여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집 근처에 있는 보건소에서 상담을 받고 선생님께서 엄마에게 여러 가지 문진을 했다.
결과는 병원에 가서 치매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해서 병원을 찾아 치매 정밀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였다.
집으로 돌아와 엉엉 울면서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낸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언제나 엄마의 건강한 모습만 생각했는데, TV에서 봤던 그 어마어마한 장면들이 나에게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엄마가 불쌍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엄마는 작년부터 자주 넘어진다.
비록 가벼운 타박상이었지만 걱정이 되어 또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파킨슨이라고 한다.
치매와 파킨슨으로 보호자가 늘 옆에 있어야 한다
그때부터 달라지는 게 점점 많아졌다.
나도 엄마도…

엄마 침대 옆에 접이식 침대를 준비하여 같이 잠을 잔다. 엄마의 움직임을 늘 지켜봐야 하기에 안방에 cctv를 설치하였다
움직임이 보이면 방으로 달려가야 하기에 거실에 나와 있어도 휴대폰 속 엄마를 지켜본다.

1년 전까지도 성경필사도 하고 하루 3시간 이상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많이 줄였다.
작년(2019년) 성경책 2독을 하고 올해 또 창세기부터 시작하여 현재 시편을 읽는 중이다
엄마는 어려서부터 하나님을 믿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외삼촌과 사촌오빠들도 목사님이셨다.
어려서부터 엄마가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모습과 성경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항상 기도손을 멈추지 않는 엄마와는 달리 나는 세상을 즐기며, 부모님의 골칫덩어리로 5남매 중 넷째 딸이다.
세상 즐기는 것도 바쁘고, 일도 바쁘다 보니 어느덧 50대 초반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 미혼인 것이 엄마 곁에서 도울 수 있음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 거 울 공 주    일 상 생 활 <<<     

나이 : 36년생 (쥐띠)
이름 : 수니
거주지 : 경기도

 

 

「 눈썹과 립스틱은 셀프다」

 

 

07:00 알람 소리에 피곤함과 함께 일어나 거울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07:20 엄마를 깨워 양치와 세수를 도와주고 화장(스킨케어+메이크업+헤어 구르프)을 해준다
속옷부터 겉옷은 매일 갈아 입히고 향수로 마무리를 해준다
혈압약과 치매약을 먹기 위해서 아침엔 간단한 과일 또는 떡을 드신다  
립스틱을 바르고 외투를 입으면 코디 끝.
화장대 앞에서 성경책을 잠시 읽고 기도를 마치면
08:45 센터(주야간보호센터)에서 선생님이 엄마를 모시로 오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엄마는 센터로 출발
13:00 ~ 15:00시쯤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했니?" 하면서
"성경말씀 읽고 기도해라 안녕~"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또 전화가 온다
"전화했니?"
18:00 ~ 18:30분쯤 센터 선생님께서 엄마를 모시고 오신다
주야간보호센터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석을 하고 식사와 간식은 센터에서 하신다
옷을 갈아 입히고 클렌징을 한 후 양치와 세수를 한다
본격적인 성격 말씀 읽기(2시간 정도)가 시작되고 취침 약을 먹고 온 동네 기도를 하신다. (가족, 이웃, 사돈, 먼 친척까지)
당신을 위한 기도는 오직 하나 "예수님의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21:00 ~ 22:00시 엄마 컨디션에 따라서 침대에 눕힌다. 엄마는 침대에 눕고 일어나기가 힘든 일중 하나이다. 베개 뒤엔 지갑과 통장을 감춰두고 매일 밤 자기 전 확인한다. 엄마의 기억은 지갑 속 돈의 금액이 매번 달라진다. 통장 내역도 달라 보이고…
베개 옆에는 손거울과 핸드폰, 리모컨, 티슈와 함께 잔다. 자면서도 거울은 1시간마다 보는 것 같다
TV 채널은 오직 CBS 방송만 시청한다.
그러다 코를 골면서 1시간 정도 잠들면 다시 일어난다. 아침 기상 전까지 4~5번 잦은 소변으로 화장실을 가야 해서 엄마도 나도 피곤하다.

일요일 아침은 분주하다.
교회를 가기 위해서 난 먼저 씻고 화장을 하고
엄마를 깨워 평소처럼 반복된 케어를 한다.
엄마와 동생 부부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한 후 집으로 돌아온다.
1~2시간 낮잠으로 휴식을 취한 후 엄마는 또 성경 말씀을 읽는다.
저녁이 되면 일주일에 한 번 엄마는 집에서 식사를 하고 평소처럼 씻고 난 후 성경 읽고 기도를 하지만 차츰차츰 기도 시간은 줄어든다.
기억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는 증거다.
이렇게 또 일주일을 보냈다.
늘 반복된 생활은 약 10개월 정도 되었다.


엄마의 표정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의심도 생기고 걱정 근심도 많아진다. 긴장감이 없어서 인지 허리둘레는 굵어지고 손주들의 이름도 기억을 못 하며 자식들이 사는 곳도 헷갈려한다.
함께 살고 있는 동생 부부방, 내방, 거실 등 구경시켜 달라고 한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나를 원망한다.
하루하루 걷는 것도 엄마는 힘들다.
보행기에 몸을 지탱하여 걷지만 때론 보행기 사용법을 잊어버린다.
외할머니, 외삼촌은 20년 전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어느 날 센터에서 집으로 돌아와 엎드려 통곡을 한다. 그동안 왜 숨겼냐며 슬픔을 움켜쥐고 아파한다.

 

 

「실내용 노인보행기 」

 

 


오늘이 엄마에겐 가장 건강한 날이다.
엄마의 따뜻한 사랑은 늘 한결같다.
소녀 같은 맘씨도…

일생이 노화되어 뇌세포가 줄어들면서 기억도 함께 사라지는 치매.
우리는 치매환자를 어떻게 생각하나?
난 그런 엄마가 귀엽고 사랑스럽다.


 

 

Posted by 천사보스